나는 이제 50대 후반이다. 작년에 회사에서 명예퇴직을 했다. 30년 다닌 회사를 나오니까 허전했다. 아침에 일어나도 갈 곳이 없고 할 일도 없고. 처음에는 집에만 있었다. TV 보고 인터넷 하고. 근데 한 달쯤 지나니까 답답하더라. 그래서 여행을 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심심풀이였다. 근데 다니다 보니까 여행이 건강에 정말 좋다는 걸 알게 됐다. 스트레스도 풀리고 몸도 건강해지고. 1년 동안 여행 다니면서 배운 것들을 정리해본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여행의 힘
퇴직하고 나니까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었다. 회사 다닐 때도 스트레스 많았지만 그건 일 스트레스였다. 퇴직하고 나니까 다른 스트레스가 왔다. 앞으로 뭐 하고 살지, 돈은 충분한지, 나는 이제 쓸모없는 사람이 된 건가. 이런 생각들. 밤에 잠도 잘 안 왔다. 새벽에 깨서 천장만 봤다.
친구가 그러더라. 집에만 있지 말고 여행이나 다니라고. 나는 여행이 별로 내키지 않았다. 귀찮고 피곤할 것 같았다. 근데 너무 답답해서 그냥 한번 가봤다. 강원도 속초에. 바다를 보는데 마음이 좀 편해지더라. 파도 소리 듣고 바람 쐬고.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집에 있을 때는 온갖 잡생각이 들었는데 바다 앞에 앉아 있으니까 생각이 정리됐다.
그 뒤로 자주 여행을 갔다. 숲도 가고 바다도 가고. 자연이 있는 곳이 좋았다. 도시는 사람도 많고 시끄러워서 별로였다. 숲속 걷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렸다. 나무 냄새 맡고 새소리 듣고. 왜 예전에는 이런 걸 몰랐을까. 바쁘게 살아서 그랬나 보다. 계절마다 한 번씩은 꼭 여행을 간다. 그게 내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충전과 에너지 회복을 위한 실천법
처음에는 여행을 잘못 다녔다. 하루에 이것저것 많이 보려고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관광지 세 군데 네 군데 돌아다녔다. 그러니까 다음 날 못 일어나겠더라. 온몸이 아프고 피곤하고. 50대 몸은 20대 몸이 아니다. 그걸 깨달았다.
그래서 여행 방식을 바꿨다. 일정을 여유롭게 짰다. 하루에 한두 곳만 가기로 했다. 그것도 천천히. 제주도에 갔을 때는 하루에 한 곳만 갔다. 성산일출봉 가는 날은 거기만 갔다. 올라가서 경치 보고 주변 카페에서 쉬고. 다음 날은 우도만 갔다. 자전거 타고 천천히 섬 한 바퀴 돌고. 이렇게 하니까 피곤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숙소도 신경 써서 골랐다. 교통이 편리하고 조용한 곳. 시끄러운 데는 못 자니까. 펜션이나 한옥 스테이 같은 데가 좋았다. 음식도 조심했다. 여행지 음식이 맛있어 보여도 너무 많이 먹으면 속이 안 좋더라. 소화가 예전 같지 않다. 평소에 먹던 음식 위주로 먹으려고 노력했다.
여행 전날에는 일찍 잤다. 컨디션을 좋게 만들어야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돌아와서도 바로 일상으로 복귀하지 않고 하루는 쉬었다. 짐 정리하고 빨래하고 푹 자고. 그래야 피로가 안 쌓인다.
산책 중심의 여행으로 건강 챙기기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더라. 50대는 운동을 꼭 해야 한다고. 근력이 떨어지고 혈압도 오르고 당뇨 위험도 있다고. 근데 나는 운동이 싫다. 헬스장은 지루하고 수영은 귀찮고. 그런데 산책은 할 만했다. 그냥 걸으면 되니까.
여행 갈 때 산책 코스를 일부러 찾았다. 제주 올레길을 처음 걸었다. 7코스를 골랐다. 바다 옆으로 걷는 길이었다. 2시간 정도 걸렸다. 힘들긴 했는데 기분이 좋았다. 운동한다는 느낌이 안 들었다. 그냥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바다도 보고 사진도 찍고. 2시간이 금방 갔다.
지리산 둘레길도 걸었다. 3코스를 갔다. 숲속 길이었다. 평평해서 무릎에 무리가 안 갔다. 공기도 좋고 조용하고. 중간에 쉬면서 김밥 먹고 커피 마시고. 정말 좋았다. 강릉 바우길도 다녀왔다. 바닷가 걷는 길이었다. 파도 소리 들으면서 걸었다.
하루에 1~2시간 정도 천천히 걷는다. 무리하지 않는다. 편한 신발 신고 여유롭게. 물도 충분히 챙긴다. 걷고 나면 몸이 개운하다. 다리에 힘도 생기고 체력도 좋아진 것 같다. 건강검진 받았는데 혈압이 조금 내려갔다고 하더라. 의사 선생님이 계속 산책하라고 하셨다.
여행에서 산책 습관을 들이니까 일상에서도 걷게 됐다. 가까운 곳은 차 타지 않고 걷는다. 저녁 먹고 집 근처 산책도 한다. 작은 변화지만 건강에는 큰 도움이 된다.
마무리하며
퇴직하고 1년 동안 여행 많이 다녔다. 여행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스트레스도 풀리고 몸도 건강해지고 삶의 의미도 찾은 것 같다. 회사 다닐 때는 여행이 사치 같았다. 시간도 없고 돈도 아깝고. 근데 이제는 생각이 다르다. 여행이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다. 병원비 쓰는 것보다 여행 다니는 게 낫다.
50대 이후는 인생 2막이라고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회사 생활은 1막이었고 이제는 2막을 사는 거다. 2막은 1막과 다르게 살고 싶다. 건강하게 행복하게. 여행이 그 시작이다. 앞으로도 계속 다닐 생각이다. 국내도 아직 안 가본 곳이 많다. 천천히 다 가볼 거다. 여행이 내 인생 2막의 동반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