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 52세다. 대학 졸업하고 바로 회사에 들어가서 거의 30년을 쉬지 않고 달려왔다. 주말에도 일했고 휴가도 제대로 안 썼다. 그러다 작년 건강검진에서 의사 선생님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혈압이 높고 간 수치도 안 좋고 이러다가 큰일 난다고.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일만 하다가 몸이 망가지면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여행을 다녀왔다. 지금 생각하면 그 여행이 내 인생을 바꿔놨다. 여행이 단순히 놀러 가는 게 아니라 건강을 되찾는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쉬기: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하지 않기
쉬기, 나한테 가장 어려운 게 아무것도 안 하는 거였다. 평생 뭔가를 해야만 직성이 풀렸으니까. 주말에도 집에 가만히 있으면 불안했다. 그래서 항상 뭔가 일을 만들어서 했다. 회사 일이 아니면 집안일이라도.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더라. 이런 식으로 살면 몸이 먼저 무너진다고. 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처음 여행 갈 때도 일정표를 빼곡하게 짰다. 아침 7시 기상, 8시 조식, 9시 산책, 이런 식으로. 그런데 막상 가보니까 그게 안 됐다. 강원도 평창의 한 펜션에 2박 3일로 갔는데, 첫날은 계획대로 움직이려고 했다. 근데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보는데 산이 너무 예뻤다. 그냥 멍하니 30분을 바라봤다. 그게 시작이었다. 그날 오후는 책을 읽다가 잠들었고 저녁은 근처 식당에서 대충 먹고 또 잤다. 이틀째 되니까 몸이 편해지는 게 느껴졌다. 머리도 맑아지고.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도 해봤다. 처음에는 불안했다. 회사 이메일을 확인 안 하면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았다. 근데 돌아와서 보니까 별일 없더라. 내가 없어도 회사는 잘 돌아갔다. 그게 좀 허무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후련했다.
회복: 무너진 리듬을 되찾는 여행 루틴
회복을 위한 내 수면 패턴이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평소에는 새벽 2시에 자고 아침 7시에 일어났다. 5시간 자면 된다고 생각했다. 근데 항상 피곤했다. 낮에 졸리고 집중이 안 되고. 커피를 하루에 5~6잔씩 마셨다. 이것도 문제라는 걸 알았지만 고치기가 쉽지 않았다.
여행지에서는 일부러 시계를 안 봤다. 그냥 해 지면 자고 해 뜨면 일어났다. 첫날 밤 10시쯤 잤는데 새벽 3시에 깼다. 몸이 그 시간에 익숙해져 있었나 보다. 그래도 억지로 다시 눕혀 있었더니 또 잤다. 아침 6시에 일어났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개운한 거다. 언제 이렇게 푹 잔 게 몇 년 만인지. 둘째 날은 밤 10시에 자서 아침 7시까지 잤다. 9시간이나. 셋째 날은 더 신기했다. 알람 없이도 6시 반에 눈이 떠졌다. 몸이 회복되니까 알아서 적정 시간에 깨는 거였다.
밥도 달라졌다. 평소에는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급하게 먹고 저녁은 회식으로 과식했다. 여행지에서는 펜션 주인 아주머니가 차려주신 밥을 먹었다. 강원도 곤드레밥에 나물 반찬들. 양은 많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배가 불렀다. 천천히 씹어 먹으니까 그런가 보다. 저녁도 과하게 먹지 않았다. 소주 한 잔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대신 물을 많이 마셨다.
아침 산책도 좋았다. 처음에는 귀찮았다. 그냥 누워있고 싶었다. 근데 펜션 근처 숲길이 있길래 한 번 나가봤다. 30분 정도 걸었는데 공기가 달랐다. 도시 공기랑 완전히 다르더라. 그 다음날부터는 알아서 일어나서 걸었다. 걷다 보니까 머리가 맑아지고 생각도 정리됐다. 그동안 내가 왜 이렇게 살았나 싶기도 하고.
건강: 지금 돌보지 않으면 늦는 중년의 몸
중년 남성의 건강은 생각보다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 바쁜 일정에 밀려 정기 검진을 건너뛰고 잦은 음주와 늦은 식사, 부족한 수면이 반복되다 보면 고혈압, 당뇨, 지방간, 위장질환 등이 서서히 몸을 잠식한다. 여행은 이러한 건강 신호를 점검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다.
여행지에서 할 수 있는 건강 챙기기 방법은 다양하다. 첫째, 건강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스스로 몸 상태를 점검해보기를 권한다. 체중, 혈압, 수면 시간, 소화 상태 등을 간단히 기록하면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다. 나는 여행 중에 매일 아침 몸무게를 재고 수면 시간을 기록했는데, 이렇게 하니까 내 몸 상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둘째, 웰니스 프로그램(Wellness Program)을 포함한 여행을 고려해보기를 권한다. 최근에는 중년 남성을 위한 프로그램이 포함된 숙소들이 늘고 있으며 요가, 명상, 찜질, 수치료 등을 통해 몸과 마음을 정화할 수 있다.
셋째, 술과 담배는 최소화하고 건강한 음식을 꾸준히 섭취하기를 권한다. 특히 제철 과일과 잡곡밥, 나물, 발효 음식은 위장 건강과 장 기능 개선에 아주 효과적이다.
요약 및 마무리
성과를 위해 달려온 삶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의 나를 지키는 것이다. 일 중독에서 벗어나 건강과 감정을 회복하는 여행은 중년 남성에게 꼭 필요한 재충전의 기회가 된다. 나의 경험상 여행을 다녀온 후 일의 능률도 오히려 올라갔다. 이번 여행에서는 목적지보다 나 자신에게 집중해보기를 권한다.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진짜 여유와 건강한 삶의 리듬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